데이트 폭력 가해자와 의사가 공범이요? 환자가 무서운 의사. 의료사고
수술실에 의사가 아닌 자가 들어와서 대리 수술을 한다던가, 진료나 치료를 빌미로 성추행을 한다던가,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대체 왜 이런 수술을/시술을 했는지 모르겠는) 술식을 사용한 경우 등 의사가 잘못을 비난받고 벌을 받아야 할 상황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서 보건데, 마치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강제 성착취를 하고도 상호동의하에 했다며 무죄판결이 나오는 것 처럼 말도 안되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있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와 의사, 병원의 잘못이 똑같다고?
2017년,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해서 밀려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친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경막외출혈로 인해서 혈종제거 수술을 받게 되었으나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동맥을 관통하는 의료사고가 났다.
중심정맥관은 큰 혈관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목에 있는 정맥으로 찔러 넣어야 하는데, 정맥바로 옆에 동맥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을것 같은데 이는 생각보다 흔한일이며 손으로 눌러서 지혈도 잘된다. 병원에 다녀본 분들이라면 피를 뽑으려고 해도 혈관이 숨는다던가 해서 잘 못 찌른다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있는것 처럼.
그런데 환자에게서 만약 쇼크가 온 상황이라면 지혈이 잘 되지 않는데, 이 환자는 가해자로 인해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 뇌출혈이 생겨 쇼크가 왔고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혈압이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중심정맥관을 잡다가 그런 사고가 났고 의료진은 결국 법원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판결 결과가 말도 되지 않는다.
여자를 죽으라고 밀어버린 데이트폭렴범과 살리려고 시도하다가 실수를 한 의사, 그 환자를 받아준 병원이 1:1:1 책임이란다.
이제 무서워서 어떻게 죽어가는 환자를 받을 수 있을까? 그냥 무좀때문에 발이 가렵다고 응급실을 찾은 환자나 받고 말지.

저 금식했어요. 해주세요.
수술이나 위 내시경을 앞두면 우리는 일정 시간 금식을 해야한다는 안내를 받는다. 물도 마실 수 없는 금식인데 "환자중에는 물은 마시지 말라고 했지만 음료수는 마시지 말라는 말은 안하지 않았느냐" 라면서 의료진을 황당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금식을 해야하는 이유는 생명과 연관된다. 금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취를 하게 되면 음식물이 폐로 넘어가면서 흡인성 폐렴 (병원성 세균이 집락된 위내의 분비물이나 구강내 분비물이 식도가 아닌 기관지를 통해 폐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는 질환) 을 일으키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제발 하지 말라면 하지 말자)
한 환자가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비만 치료를 위해서 위내풍선을 시술했던 환자가 이를 제거하기를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금식여부를 구두로 확인했고, 환자는 금식을 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내시경을 하자 금식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의사는 바로 내시경을 중단했으나 진정 회복과정에서 환자가 구토를 하며 흡인이 발생했고 상급 병원으로 전원하였으나 흡인성폐렴과 위천공으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가족은 민사, 형사 소송을 걸었는데 형사 소송에서 환자의 금식 여부를 엑스레이나 CT등으로 확인하지 않고 구두로 확인해 발생했다면서 의사에게 1년 실형을 선고했다.(집행유예가 없이)
환자가 금식을 했다고 해서 벌어진 일인데 멀쩡하게 일하던 의사 잘못이란다. 이제 우리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으로 내시경을 할때도 환자가 금식했다는 서약서를 쓰거나 혹은 따로 돈을 들여가면서 엑스레이와 CT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환자 : "금식했다니까요?"
병원 : "그걸 이제 저희가 어떻게 믿어요...."
그럼 이제 환자 말을 믿지 않는다고 과잉검사로 고소하려나?
이외에도 조산기가 있는 산모에게 자궁수축억제제를 사용했었는데 이후 태어난 아기에게 지능 장애가 있다며 의사를 고소한 일도 있다. 그러면 조산이 왔을때 수축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애를 태어나게 했어야 했나? 그대로 하늘로 보냈어야했나? (다행히 해당 상황은 무죄로 판결되었다.)
도대체 지금 이 세상은 의사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혹시 의사를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보는가? 어떤 환자든 살려야 하고 살리지 못하면 당장 고소를 해서 돈을 물게 하거나 실형을 살게 해야한다고 보는가? 그러면 노화나 암, 각종 사고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대체 왜 있으며 진시황은 왜 죽었나?? 의사는 일반인보다 의학에 대해서 많이 공부한 <사람>이다.
사람이라고.
이제 의사들, 수련중인 의사들은 대체 어떻게 환자를 대할 수 있나? 수련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의사는 우리의 신체에 도움을 줄 수 있나? 무서워서 의사로서 환자를 대할 수 있나? 여러분은 회사에서 실수만 하면 고소당하면서 마이너스가 되는데 그 회사에서 계속 일 할 수 있습니까? 지금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과 낮은 수가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바이탈과를 떠났다.
이미 소아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서 소아는 아파도 응급실에서도 거부 당해 뺑뺑 도는 동영상이 이미 인터넷 상에 숱하게 많이 보인다. (병원에 있는게 다 의사 아니냐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릴 수 있데 소아과학의 교과서 첫장에는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라는 말이 명시되어있다. 같은 질환과 같은 증상이라도 소아는 성인과 다른 치료법이 요구된다. 소아과 의사가 아니라면 소아를 살필 수 없는 이유다.) 응급실에서 거부 당해 이곳저곳 뺑뺑이를 도는 환자들의 눈물이 섞인 영상을 보고도 우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나?
의사가 없어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사를 더 양성하겠다고? 당신이라면 힘들게 수련하지 않고 필러 보톡스만 놓으면 경쟁이 세더라도 고소의 위험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데 매일 욕먹고 고소당하고 피해보상하고 실형까지 살 수 있는 내과, 외과, 소아과를 가겠는가?? 의사가 2천명이 아니라 5천명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런 상황이면 절대로 의대생들의 바이탈과 지원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미 명맥이 끊긴 바이탈과도 많다. 지금 현직에 있는 교수님들이 물러난다면 해당 과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이먹고 갑자기 심장마비가 있거나 뇌출혈이 있거나 암에 걸렷을때 우리가 보험을 들고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살려줄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무작정 의사를 옹호하는게 아니다. 의사 중에도 잘못을 했다면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많다. 다만 정말 정말 억울한 상황은 참작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참고로, 나는 의사 아니다. 정말 요즘 상황이 말도 안되게 굴러가기에 화가나서 그냥 내 블로그에 쓴 글이다. 제발.